부산 사상구 학장동에 있는 폐수처리업체에서 황화수소로 추정되는 물질이 누출돼 4명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고 6명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등 피해를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 근로자 4명, 운전기사 2명, 회사 임원 1명, 인근 공장 근로자 3명 등 10명이 가스를 흡입해 인근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당일 해당 폐수처리 업체가 외부에서 탱크로리 차량으로 싣고 온 폐수를 공장 2층에 있는 4번 집수조에 옮겨 담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119에 최초 신고한 한 공장 직원은 "계란이 썩는 것 같은 냄새가 심하게 나서 나가보니 직원들이 쓰러져 있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소방본부는 기존 폐수와 이날 싣고 온 폐수가 만나면서 화학반응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허술한 폐수관리가 사고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상구 한 관계자는 "알칼리성 폐수나 염기성 폐수 등 성질이 다른 폐수가 만나면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성분별로 폐수를 관리해야 했는데 이를 잘못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영일 부경대 화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폐수처리 과정의 문제가 어떤 폐수인지 정확하게 표기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서로 섞으면 안 될 것들을 작업자들이 몰라서 섞거나 관리 부실로 인해 섞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작업자들이 유독물질 배출 환경에서 근로하면서도 제대로 된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점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고 당시 작업자들은 유독 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해야 하지만, 아무런 안전장비도 착용하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고용노동청 한 관계자는 "유독 마스크는 물론이고 독성 물질 종류에 따라 착용해야 할 보호 장구가 있는데 해당 근로자들이 사고 당시 일반 작업복만 입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고 당시 공장 내 냄새와 가스를 흡입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스크래퍼' 시설이 가동되고 있었지만, 사고가 나자 작업자들이 혹시 모를 폭발에 대비해 전원을 내렸다는 진술도 나오고 있다.
소방본부가 출동 직후부터 공장 2층과 주변에 다량을 물을 뿌려 가스가 외부로 새나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구 환경위생과 한 관계자는 "농도가 250ppm을 넘어가면 인체에 위해를 끼치고 1천ppm을 넘겨 장시간 노출되면 사망에 이른다"면서 "혹시 주민대피가 필요한 일이 발생할까 봐 민방위를 대기 시켰지만, 다행히 주민대피는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사고가 발생한 폐수처리업체 공장 2층 집수정에서 시료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하는 등 유해가스가 누출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장소에 남아 있는 폐수(50t)에서 약한 농도의 황화수소 가스가 분출되고 있어, 물로 희석해 유해가스를 완전히 제거한 다음 폐수를 다른 업체로 옮겨 정밀히 조사할 예정이다.
외부에서 가져온 폐수를 집수정에 넣는 과정에서 이상 화학반응으로 유독가스가 발생해 누출됐는지, 주입작업에서 부주의로 누출됐는지 여부가 조사의 관건이다.
경찰은 또 업체 관리부장 A(45·의식불명)씨가 현장에서 근로자들에게 작업지시를 한 사실을 확인, A씨가 의식을 찾는 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박상권 기자 safe@119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