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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명 인명피해 낳은 포항지진, ‘人災'였다

기사승인 2019.03.21  09: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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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포항지진과 지열발전 간 연관성 분석을 위해 대한지질학회 주관으로 1년여간 연구를 수행하고,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포항지진의 원인으로 지열발전을 지목하는 학계와 주민들의 주장이 제기되자 산업부는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포항지진 조사연구단’을 구성, 지난해 3월부터 정밀조사를 진행해왔다.

지열발전은 수㎞ 지하에 물을 넣고 땅의 열로 데워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발전 설비를 설치하기 위해 땅을 깊게 파는 데다 지하에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과정에서 지반이 약해지고 단층에 응력이 추가돼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조사연구단은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이 유관하다는 첫째 근거로 지진이 발생한 위치인 진원의 깊이와 지열발전소에서 지하에 물을 주입한 구멍의 깊이가 일치한다는 점을 들었다.

이강근 서울대 교수(조사연구단장)는 “땅 위에서 주입한 수백 톤의 물에 의해 발생한 높은 압력이 지진이 일어난 단층면에 소규모의 미소(微小) 지진들을 순차적으로 일어나게 했다”며 “이로 인해 대형 지진이 촉발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열발전소가 2016년 1월 말부터 2017년 9월까지 대량의 물을 주입할 때마다 촉발된 지진파 자료로 미소 지진의 진원 위치를 3차원으로 분석해 진원들이 분포한 평면이 포항 지진의 단층면과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지하 3천800m 부근에서 시추한 암석 파편을 분석해 단층 활동에서만 발견되는 형태의 점토를 발견했다. 암석은 지진에 의해 압력을 받으면 바스러지거나 변형된다. 또 지하 구멍 4천m 이후부터는 내부 촬영이 안됐다는 점을 근거로 이 지점이 지진에 의해 손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열발전소와 포항지진의 연관성은 내부 자료에서도 발견됐다. 지열발전소가 산업통산자원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말 시험 작동을 시작해 주기적으로 수백 톤 이상의 물을 땅속에 주입했는데 그때마다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발전소는 2016년 12월 15일부터 일주일 동안 지하 4천m 깊이까지 굴착한 구멍에 총 3천681t의 물을 주입했고 이후 23일 포항 북구에서 규모 2.2 지진이 발생했다. 사흘 후에 재개한 물 주입 이후에도 지진이 관측됐다.

또 4개월간 물 주입을 중단했다가 2017년 4월 16일부터 한 달가량 2천800t의 물을 주입한 때에도 같은 곳에서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열발전소 개발에 참여한 스위스 업체가 땅속 깊은 곳에 지진계를 설치했는데 여기서 소규모 미소 지진들의 정확한 발생 위치가 확인됐다"며 "지열발전소가 포항 지진을 촉발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발전소 내부에서 나온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조사연구단의 조사 결과에 대한 반론도 제기된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물 주입이 지진의 직접적 원인이라기보다 동일본 대지진과 경주 지진의 여파로 응력(물질을 변형시키는 힘)이 쌓일 대로 쌓인 단층을 최종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지열발전소는 사업 초기부터 논란이 됐다. 포항에 지열발전소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지하 4km 이상 땅을 굴착해야 해 발전 효율은 떨어지고 위험은 커진다는 우려에서다.

게다가 포항은 경주, 경남 양산, 부산 등지와 연결된 활성단층 지역이고 지반이 약한 퇴적 지역이라 지진발생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포항지진은 사전 지질조사로 활성단층을 확인해 안전한 부지를 선정했다면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조사연구단의 조사 결과에 따라 포항 지열발전소 사업을 영구 중단하고 해당 부지를 조속한 시일 내에 원상 복구하기로 했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조사단의 발표와 관련해 긴급 브리핑을 갖고 "조사연구단의 연구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피해를 입은 포항시민들께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정 차관은 정부 배상책임을 묻는 질문에 "현재 국가를 피고로 하는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법원 판결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조사 결과가 포항 외에 다른 지열발전소에도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울릉도 지열발전이 이미 중단되는 등 현재 경북 포항 외에 지열발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없다"며 "추가적인 사업 계획도 없다"고 답했다. 

정 차관은 "현재 포항 지열발전사업에 대해 감사원의 국민감사가 청구돼 있다"며 "이와 별도로 정부는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의 진행 과정 및 부지선정의 적정성 여부 등에 대해 엄정하게 조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포항 지진 피해복구와 관련해 "올해부터 5년간 총 2천257억원을 투입하는 특별재생사업으로 주택 및 기반시설 정비, 공동시설 설치 등을 신속하고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필요한 추가 조치에 대해서도 관계기관과 긴밀하게 협의해 종합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은 5.4 규모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 중 두 번째로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됐다. 당시 135명의 인명피해와 850억원(공식 집계) 이상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김승용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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