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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재해구호 협력,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시작

기사승인 2019.04.02  09: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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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조 행정안전부 재난관리실장

“재물을 잘 쓰는 사람은 밥 한 그릇으로도 굶주린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썩은 흙과 같다.” 이는 조선 후기의 문인 채제공이 김만덕의 선행을 기록한 ‘만덕전’에 쓰여 있는 글이다. 

흉년과 자연재해로 굶어 죽어가는 제주도민을 위해 자신의 재산으로 쌀 500섬을 구입하여 나눔을 실천했던 의인 김만덕의 구휼이 얼마나 훌륭한 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주에 유배 중이던 추사 김정희는 김만덕의 선행을 듣고 ‘은혜의 빛이 세상에 넘친다는 은광연세(恩光衍世)’ 현판을 남겼다. 

재난이 발생하면 이재민을 돕기 위해 ‘은광연세’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구호지원기관, 민간기업, 사회봉사단체, 자원봉사자, 성금에 참여한 국민들이다. 

지난 1959년 추석날 내습한 태풍 ‘사라(SARAH)’는, 전후(戰後) 최악의 인명피해를 초래하였다. 사망·실종이 849명이고 이재민도 무려 37만 3500여명에 이르렀다. 당시 대통령은 9·30 담화문을 통해 민관이 협력하여 천재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이재민을 도울 것을 호소하였고 이를 계기로 전국적인 성금모금 운동과 1962년 3월 재해구호법 제정이 이루어졌다. 이 재해구호법에 따라 재난이 발생하면 이재민, 일시대피자 등에게 임시주거시설, 급식·생활필수품, 의료서비스 제공은 물론, 장례 지원, 재난심리회복 서비스를 통해 피해자의 생활안정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재해구호 서비스는 행정기관의 인적·물적 자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규모 재난 시, 민간기업, 자원봉사단체, 일반국민의 도움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국내·외 사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1995년 1월 일본 고베 지진 때 매몰되거나 갇혀있던 사람들 중 80% 이상은 가족·이웃의 도움으로 구조되었다. 2016년 4월 구마모토 지진 초기 때는 약 18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으나 관(官)에서는 이재민 파악조차 힘들었다. 이때 자원봉사자들이 피해지를 방문하여 안부 확인과 구호물자를 지급하는 등 관의 역할을 대신하였다. 2005년 8월 미국 남부를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한 후 월마트는 이재민들에게 생필품 지급과 창고를 피난처로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구호 활동에 앞장섰다.

국내의 경우, 2017년 11월 포항지진 때 최대 1797명에 달하는 대피자가 발생했고 이들을 돕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민간 기업과 단체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이 달려왔다. 무료 급식과 구호물품 전달, 세탁과 청소, 텐트 기증, 재난심리상담과 의료지원 등 물심양면으로 구호활동에 참여하여 희망과 용기를 나눠주었다. 참여한 자원봉사자는 2만 1955개 단체, 1만 1778개 기업, 일반시민 1286명 등 4만3372명에 이르렀다.
 
또한 정부는 구호지원기관과 민간협력기관의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어 지난해 법적 구호지원기관을 기존의 대한적십자와 전국재해구호협회 외에 새마을운동중앙회와 전국자율방재단연합회를 새로이 추가하였다. 민간 협업기업도 기존 4개(BGF리테일, CJ그룹, 영원무역·월드비전, GS리테일)에서 3개(아이두젠, 롯데그룹유통사업, 사회적 경제관련기관·단체)를 늘려 민·관 협력 인프라를 확충하였다. 그리고 올해부터 지역자율방재단원, 자원봉사자 등에 대한 재해구호 역량 강화를 위해 위탁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필자는, 포항 지진을 비롯한 각종 재난현장에서 나눔의 구호를 베푸는 사람과 그 손길로 다시 일어서는 사람의 미소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꼈다. 그동안 재해구호 활동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재해구호 협력의 빛이 온 세상에 더욱 넘치길 간절히 바란다.

김계조 행정안전부 재난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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