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약 범죄가 사회 문제로 이슈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로에 달려들어 난동을 부린 한 연예인이 복용한 것으로 알려진 펜터민계 식욕억제제의 오남용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2일 오전 3시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도로에 나타난 배우 양모씨는 갑자기 허공에 격투기를 하고 자동차에 달려드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면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체포된 양씨는 간이 마약검사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검사에서 펜터민에 대해서만 양성반응을 보이고 나머지 기타 마약류를 대상으로는 모두 음성반응으로 나타났다.
양씨는 경찰조사에서 “새 작품에 들어가기 위해 펜디메트라진(펜터민) 성분의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아 복용했다”며 “이번에는 한 번에 8알을 먹었다”고 진술했다.
22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국과수 검사결과와 처방 기록 등을 종합해 양씨에 대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번 사건으로 촉발된 약품 오남용 문제는 현행법상 규제할 수단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펜터민은 단기간에 빠른 다이어트 효과를 내는 약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신경 전달 물질에 강한 영향을 주는 펜터민은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로 적정 복용량과 복용기간 등을 엄격히 지키지 않으면 정신질환 증상까지도 겪을 수 있다.
특히 우울증 환자나 조현병 환자가 펜터민계 식욕억제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는 질환이 악화되고, 환각 증세에 시달릴 우려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펜터민 처방시 보통 하루 알약 1정, 복용기간은 4주 이내로 복용량과 기간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그러나 의사가 정상적으로 처방하더라도 환자가 올바르게 복용하는지 여부는 확인하거나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펜터민계 식욕억제제는 비만 클리닉은 물론 내과, 가정의학과 등에서도 BMI와 상관없이 미용 목적의 다이어트제로 흔하게 처방되고 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효과를 보려고 하루에 펜터민계 식욕억제제를 2∼3알 복용한 후 정신질환이 생겨 입원하는 여성들이 꽤 있다"며 "일반 비만클리닉 등에서 위험성을 모르고 처방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펜터민계 식욕억제제는 중독이나 오·남용 위험성이 큰 만큼 처방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면서 "처방받은 뒤 환자는 자주 내원하고, 의사는 환자의 남용 가능성을 유심히 살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 3월 인천에선 20~30대 여성들이 의사로부터 처방받은 펜터민 계열 식욕억제제를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판매해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김승용 기자 safe@119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