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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온] ‘조현병’, 광기·공존·치유의 딜레마 -2

기사승인 2019.08.14  16: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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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

지난 조현병 연재 1편에서 안인득 사건을 되돌아보며 우리 사회가 조현병 환자들을 '낙인'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짚었다. 또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조현병과 강력 범죄의 연관성에 대해 "과연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아울러 조현병이 어떤 질병인지도 살펴봤다.

이어지는 이번 글에서는 조현병을 바라봤던 언론의 시선을 재평가하는 한편, 조현병과 강력 범죄의 연관성이 '편견'에 비해 실체가 빈약한 것임을 주장해봤다.

 

 

우린 어떻게 조현병을 봐왔나

정신분열증, 조현증. 이 두 수식어에 실제보다 더 큰 부정적 의미가 부여된 현실이다. 안인득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미디어는 그들의 막강한 힘을 이용해 조현병 환자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낙인 했다. 동시에 조현병 환자들이 사회로부터 격리되는 두려움을 겪게 만들었다. 다음의 기사 제목들은 올해 1월부터 6월 보도된 기사들 중 일부다. 눈에 잘 띄게끔 자극적으로 지어진 이 제목들을 보고 있자면 자연스레 강요된 원리적 결과에 도달하게 된다.

 

편견을 유발하는 조현병 관련 기사 제목들

 

언론들이 이처럼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공포를 조장하면 우리 사회는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선로에서 크게 이탈하게 된다. 이들의 이상상태를 계속해서 '광기'로 낙인찍으면 사회적 인식, 의료시스템 개선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개인이 조현병 환자를 적극적으로 돕지 못해도 혐오하게 만들어선 안된다. 언론은 사건 속에서 조현병을 발견하면 그것이 사건의 인과를 설명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크게 강조한다. 이건 매우 위험한 프레임이다. 가난한 사람에 의해 일어난 모든 범죄에 대해 '가난'을 부각시켜 가난과 범죄를 원인과 결과로 매듭짓는 수준의 모함이다. 이런 지엽적인 보도 방식들 때문에 조현병은 매우 폭력적이고 위험한 질병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통계는 그러한 인식이 근거가 부족한 편견일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2018년도 대검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0.14%로 나타났다. 약 1천 명 중 1명 정도가 범죄를 저지른다는 의미다. 반면에 전체 인구에서 나타난 범죄율은 3.93%, 100명 중 약 4명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인구와 정신질환자 각 만 명을 대상으로 강력 범죄 발생률을 조사한 경우에도 전체 인구 집단에서 정신질환자 집단보다 높은 수치의 범죄 발생률을 보였다. 다만, 정신질환자 집단이 일으킨 범죄들 중 강력 범죄의 비중은 약 10%로, 전체 인구의 범죄 중 강력 범죄의 비중인 약 2%보다 5배 높은 수치를 보였다. 다시 말해, 정신질환자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범죄를 잘 저지르지 않지만, 저질러놓은 범죄들 중에선 강력 범죄의 비율이 높아 그런 점이 유달리 눈에 띄게 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선 조현병만을 특정해 범죄율을 조사한 사례가 없다. 하지만 전문가와 정신과 의사들은 조현병으로 특정해 범죄율을 조사한다 해도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이상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거란 예측을 내놓는다. 조현병 환자들의 증언도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환자들의 증언

스스로의 선택, 지인의 권유 등으로 조현병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은 치료 이전에 환각, 환청 등을 경험했다고 진술한다. 그러나 이것이 무작위적인 폭력성의 발생을 의미하진 않는다. 이들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폭력성을 띠려면 그럴만한 동기를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친형이나 언니 등 가족이 자신을 죽이려고 계획한다는 망상으로 인해 공격성이 발휘되던지, 누군가 계속해서 자신을 욕하는 환청을 들어 분노하게 된다든지 등 나름의 이유를 요구한다. 즉, 조현병이 그 자체로 폭력성을 동반한다기보다는 조현병으로 인해 폭력성을 띠게 될만한 이상 경험을 하게 된다는 해석이 더 옳다. 어떤 조현병 환자들은 이 과정에서 문제로부터 도망치기, 도움 청하기 등의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다만, 증세가 심해지면 평소 보이지 않던 공격성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조현병임을 인지한 사람과 인지하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크다. 조현병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경우는, 자신이 겪는 환상들을 실제라고 받아들여 의도하지 않은 분노와 공격성을 표출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자신의 증상을 이해하고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환상들이 실제가 아님을 알기에 자신의 분노나 공격성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조현병의 발견은 때론 매우 어렵다.

조현병 환자들은 별난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매우 정상적이다. 이 때문에 조현병은 식별이 되지 않거나, 혹은 식별하더라도 치료를 권유하기 힘들다. 환자가 자신의 병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 대부분 "나를 정신병자 취급하느냐?"라는 식으로 대화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정신질환 치료의 권유가 모욕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에 우려를 표한다. 또한 조현병의 경우, 이 질환이 매우 폭력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유발한다는 편견 확산에 대중매체의 책임이 크다며, 언론들의 부정적 보도로 인해 발생한 부정적 낙인효과와 사회적 배제가 조현병 환자들이 자신의 이상상태를 부정하고 치료를 거부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때에 따라서 '조현병인 것 같다'라는 말은 공격적 표현으로 들린다. "우울증이니?"라는 질문과 "조현병이니?"라는 질문이 갖는 뉘앙스의 차이는 크다. 문제는, 이 뉘앙스의 차이를 조현병 환자들도 똑같이 느낀다는 점이다.

 

[포커스 온] ‘조현병’, 광기·공존·치유의 딜레마 -3 에서 계속됩니다.

원동환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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