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 폭력의 피해자가 평생에 걸쳐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정신적인 장애를 호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은 국내 18세 이상 여성 3천16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각종 폭력 피해와 정신장애 사이에서 이러한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15년 인구총조사를 기반으로 나이, 교육 수준, 직업, 결혼, 소득에 따라 대표성을 갖춘 18세 이상 여성들을 전국 23개 지역에서 선별해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결과, 한 번이라도 배우자나 연인 등으로부터 물리적 폭력이나 성폭력 등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모두 47명이었다.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47명을 대상으로 정신장애의 발병 위험을 조사해본 결과, 물리적 폭력의 피해 경험이 있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정신장애를 갖게 될 확률이 3.6배 높았다. 성폭력 피해 여성은 이 위험이 최대 14.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리적 폭력의 피해자는 광장공포증과 강박장애에 대해 일반 여성보다 약 8배 취약했으며, 니코틴 의존증에 대해서는 6.5배,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6배, 알코올 남용에 4.9배 취약했다.
성폭력 피해자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일반인보다 약 32.4배 더 취약했으며, 강박장애에 27.8배, 니코틴 의존증에 22.4배 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광장공포증과 불안장애에도 각각 10배 이상 취약했다.
홍진표 교수는 "폭력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하거나, 피해를 봤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홀로 병을 키우고 있는 여성들이 더 있을 수 있다"며 "폭력에 따른 마음의 상처는 평생에 걸쳐 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만큼 초기부터 적극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여성정신건강학보'(Archives of Women's Mental Health) 최근 호에 실렸다.
원동환 기자 safe@119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