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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따로 또 같이 사회적 거리 두기

기사승인 2020.03.26  15: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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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제주동부소방서 소방장

사람은 근본적으로 혼자 살아가기 힘든 존재이다. ‘사람 인(人)’이라는 한자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의지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혼밥, 혼술, 혼족’ 등의 말이 생길 정도로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보편화 된 요즘 사람들이라지만, 서점을 가보면 넘쳐나는 인간 관계에 대한 서적들을 보면 결국 우리의 삶은 관계로 시작해서 관계로 끝난다.

특히, 그중에서도 제주도는 좁은 지역 사회로 이루어져 있어, 더욱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 이런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제주에만 있는 품앗이인 ‘수눌음’이다.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부모님은 대소사를 마을 사람들과 함께 돌아가면서 해결하셨다. 그것이 밭일이든, 집안일이든 부모님의 곁에는 마을 사람들이 있었고, 나는 모든 일을 함께하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친척인 줄 알 정도로 사람들 속에서 자랐다.

이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결국, ‘정(情)’이라는 마음으로 귀결된다. 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정 때문에 자신을 포기하기도 하는 정 많은 사람들이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참 이상한 나라’라는 동영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IMF 등 국가적 위기 상황 때마다 자신을 희생하며 공동체를 위해 하나가 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정을 뿌리까지 흔드는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코로나 19’가 발생한 것이다. 유치원과 각급 학교의 개학이 4월 6일까지 미뤄지는 등 국가에서는 ‘준전시 상황’이라고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알린 자가격리환자 생활 수칙으로는 외출 금지, 독립된 공간에서 혼자 생활하기, 가족 또는 동거인과 대화 등 접촉하지 않기, 개인물품 사용하기 등이 있다. 즉,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자가 격리’, ‘접촉하지 않기’ 등은 함께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에게는 이질적인 말이다. 얼마 전, 직장에서 대부분 마스크를 벗고 있는데 자기만 마스크를 쓰자니 민망하고 눈치가 보였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너무 안타까웠다. 

지금은 달라져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사회적으로 단호하게 거리를 두어야 할 때다. 냉정하고 삭막한 것이 아니다. 우리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정’이라는 것은 꼭 손을 마주 잡고 살을 맞대고 함께 부대껴야 생기는 것은 아니다. 마스크가 ‘금스크’라고 하는 지금, 차곡차곡 모아 둔 자신의 마스크를 기부하는 사람들이 있는, 우리는 이미 넘치는 정이 있는 나라이다.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전화나 문자 메시지로 안부를 전하자. 보고 싶고 그리운 마음이 깊어진다면 다시 만날 때 반가움은 배가 될 것이다.

지금부터 학교 개학을 앞둔 4월 5일까지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전국민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종교활동, 모임과 외출 등은 삼가고, 2m 건강 거리 두기, 개인위생수칙 준수하기 등이 그 내용이다. 하지만 국가에서 아무리 관리를 한다 해도, 우리 개개인의 주의하지 않는다면 공동체의 안위는 장담할 수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뭉칠 때 더 강한 힘을 낸다. 이번에는 손을 잡지 말고 마음을 잡아 함께 코로나 19를 극복하자. 2m의 거리, ‘우리가 따로 또 같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한다면, 삭막하게 느껴지는 코로나 19의 지금 상황을 ‘그땐 그랬지’라며 추억으로 곱씹을 날이 금방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성한 제주동부소방서 소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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