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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757일 만의 '거리두기' 해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

기사승인 2022.04.21  17: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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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실시해온‘사회적 거리두기’를 지난 4월 18일부터 실내외 마스크 착용을 제외하고 전면 해제했다. 자정까지였던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고 사적 모임이나 행사, 집회도 인원 제한 없이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처로 2020년 3월 22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지 2년 1개월 남짓 무려 757일 만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고 일상을 회복하게 된 것이다. 

호들갑스럽게 섣불리 상황 종식을 예단할 단계는 아니지만, 우리 사회가 마침내 코로나19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게 됐음을 보여주는 신호임은 분명하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일단은 유지하지만 2주 뒤 방역 상황에 따라 실외부터 해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확진자 자가격리 등 다른 규제들도 다음 달부터 순차적으로 풀린다. 길고 어두웠던 터널의 출구가 보이기 시작했고, 멀어만 보였던 기나긴 팬데믹의 끝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야말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미증유(未曾有)의 경제적 충격의 와중에서도 위기(危機)를 위대(偉大)한 기회(機會)로 여기고 흔들림 없이 최악의 상황을 차선의 대안으로 변화시켜 온 의지의 한국인의 영광된 승리가 아닐 수 없다. 

이제껏 걸어보지 못한 낯선 길을 걸으며, 파도에 부딪히면서도 바다를 보지 못하고, 나무를 붙잡고도 숲을 보지 못하며, 정답이 없는 질문의 답을 찾아야만 했던 어쩌면 ‘살아가는’ 삶의 시간이 아니라 ‘살아내는’ 주검의 시간이었다. 눈을 떠도 보이지 않은 코로나19가 길을 막았고, 눈을 감아도 보이는 경제적 충격이 길을 끊었기 때문이다. 순간 멈추지 않으면 영원히 멈출 수밖에 없는 코로나19의 엄중한 위기 속에 세계의 시간은 멈추었지만, 대한민국의 시간은 결단코 멈추지 않았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오미크론(Omicron) 유행은 끝나지 않았고 오미크론(Omicron) 재조합 변이인 XL에 이어 XE 변이도 발견되는 등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날마다 세자릿수에 이르는 사망자를 줄이는 문제가 급선무다. 특히, 고령층 등 고위험군의 보호에 소홀함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하루 평균 15만 명대를 유지하는 확진자 수도 줄여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개인 방역을 소홀히 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기후 위기와 밀접히 닿아 있는 팬데믹은 언제든 돌아올 수 있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새로운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따라서 제대로 대책을 세워 실행하지 않으면 언제든 일상은 또다시 무너질 수 있음을 사별 유념하고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 

2년 전 코로나19 유입 초기 대구·경북지역에서 극심한 혼란과 피해를 겪고 난 뒤 이른바 ‘밀집-밀접-밀폐’의 ‘3밀’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사회적 거리두기’다. 그러나 ‘일상의 멈춤’이라는 표현이 말해주듯이, 국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험하고도 긴긴 시간 동안 어렵고 힘든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대다수 영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은 한동안 아무런 경제적 보상이나 대책도 없이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려야만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의 재정을 투입하고도 지속 가능했던 우리의 ‘케이(K)방역’은 고통을 감내한 애오라지 우리 국민들의 희생 덕분이었음이 분명하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케이(K)방역’을 핵심축으로 떠받친 건 방역·의료 최전선의 보건의료인들이었다. 이른바‘검사(testing)-추적(tracing)-치료(treatment)’로 이어지는‘3T 전략’은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억제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현장에서는 무자비한 ‘노동력 갈아 넣기’라는 말이 나올 만큼 보건 의료인들이 극한의 격무(激務)에 시달렸고, 견디다가 못해 일을 그만두는 이들이 속출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오미크론(Omicron) 변이의 등장으로 ‘케이(K)방역’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결코 오미크론(Omicron)의 전파력이 강해서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방치해온 공공의료 인프라 부족 상태가 주요한 원인 중 하나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지금은 지난 방역의 시간들을 찬찬히 반추해 보면서 방역 과정에서 직면했던 문제점들도 복기해보고 대책을 모색해볼 시점이다. 미숙한 초기 대응으로 팬데믹 발병 시점에서 마스크와 백신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당황했고, 오미크론(Omicron) 확산의 정점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우왕좌왕했으며, 의료현장 혼선이 가중됐고, 치료제 품귀 현상과 장례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누적된 방역 피로감이 만만치 않게 압박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 끼친 부담이 너무나도 커 향후 위기에 대응할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고 화급해 보인다. 지금은 팬데믹의 시간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들 앞에서 새로운 호흡을 가다듬고 풀어나가야 하는 시점이다.

또한, 코로나19의 이면에 짙게 드리워진 암운의 그림자들도 챙겨보아야 할 숙제다. 코로나19 충격이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음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컬럼비아대학교 ‘존 C. 머터(John C. Mutter)’ 자연과학 교수는 ‘재난 불평등(The Disaster Profiteers)’에서 ‘재난의 상황은 늘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며, 자연보다는 인간이 더 큰 피해를 준다.’라고 역설했고,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키스 페인(Keith Payne)’심리학 교수도 ‘부러진 사다리(The Broken Ladder)’에서 “모든 악은 가난이 아니라 불평등에서 나온다.”라고 하며, “가난하고 불평등하면 사람의 마음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라고 했다. 멀리 보지 못해 가난한 게 아니라 가난해서 멀리 못 보는 것이다. 

저소득자 등 취약계층은 임금 감소는 물론 일자리에서도 낙오되고 있다. 소득이 많은 사람들은 소득 증가가 뚜렷한 반면 저소득자들은 오히려 소득이 감소하며 양극화가 극심해졌다. 신한은행이 지난 4월 5일 내놓은 ‘2022년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상·하위 20% 소득격차가 5.23배로 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커졌다는 분석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누그러지면서 회복 조짐을 보이는 고용에서도 이들은 소외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4월 13일 발표한 ‘2022년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022년 3월 15세 이상 취업자는 2,775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3만1천 명(3.1%) 증가해 2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서민들이 많이 일하는 숙박·음식, 도소매업과 일용직은 여전히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코로나19가 취약계층에 미친 영향은 비대면 노동과 함께 디지털 산업 전환을 가속화해 학력별 고용 양극화도 심화됐다. 전체 고용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대졸 이상과 고졸 이하의 학력 간 ‘K자형 양극화’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지난 2월 20일 발표한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1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13만5,000명 늘어난 2,695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영향이 본격적으로 미치기 전인 2020년 1월과 비교하면 15만3,000명 많다. 전체 취업자 수는 늘었지만 학력별로는 양상이 달랐다. 대졸 이상 취업자 수는 2년 전보다 58만9,000명 증가했지만 고졸 이하는 43만6,000명 감소했다. 대졸 이상 취업자의 경우 전문대졸이 16만2,000명, 그 밖의 대졸 이상이 42만7,000명 늘었다. 이로 인해 저소득층의 부채는 증가한 것은 물론, 앞으로도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서민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는 데다 연간 4% 안팎의 높은 물가상승률에 올 경제성장률도 한국은행 전망치인 3.0%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돼 저소득자 등 취약계층은 겹악재에 시달릴 것이 분명해 보인다. 코로나19가 진정되고 있지만, 서민들의 경제난은 이제부터가 시작인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체감실업자 정신건강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지난 4월 18일 공개한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의 경험과 건강 영향’ 조사 결과를 보면, 실직을 경험했다는 572명에게 코로나19 상황과의 관련성을 묻자 28.4%(‘직접적으로 관련 있다’ 13.5%, ‘간접적으로 관련 있다’ 14.9%)가 관련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여성이 31.2%로 남성(25.2%)보다 많았다. 이는 10명 중 3명꼴로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서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이 우울증을 겪었으며, 취업난을 겪은 사람 중 30.5%는 극단적 선택까지 고려했다고 응답했다. 실제 극단적 선택을 계획한 경우도 11.6%에 달하며, 실제로 시도를 한 경우도 무려 6.3%에 달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노동자들이 경제적 고통과 함께 생명을 위협하는 심리적 위기상태로 내몰려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K양극화 해소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노동자들을 위한 일자리 대책을 강화하는 한편 사회안전망도 확충해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연체 대출금 처리용 부실채권 정리 은행 이른바 ‘배드 뱅크(Bad Bank)’ 설립이나 식료품을 제공이 필요한 저소득층을 위한 바우처(Voucher) 일종인 ‘식품구입권(Food Stamp)’ 지급 검토 등 사회 공동체 복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들을 품고 보듬어야 한다.

박근종 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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