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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온 나라를 뒤흔든 천인공노할 악질 전세사기범 법정 최고형량 높여야

기사승인 2024.02.14  17: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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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법원이 전세사기범에게 잇따라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면서 현행법상 더 강한 처벌을 내릴 수 없는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사회적 관심과 이목(耳目)이 집중하고 있다. 오기두 인천지방법원 형사1단독 판사는 지난 2월 7일 인천 등 수도권 일대에서 피해자 191명을 상대로 148억 원의 전세 사기를 저지른 이른바 ‘건축왕’ 남 모 씨(63)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뒤 “사기죄 처벌 한도가 징역 15년에 그쳐 악질적인 전세 사기 범죄를 예방하는 데 부족하다.”라고 지적하며, 이례적으로 “사기죄의 최고형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24일 박주영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형사1단독 판사도 보증금 160여억 원을 돌려주지 않은 50대 집주인 최모 씨에게 검찰 구형 13년보다 2년 많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선고하면서 입법 보완 필요성을 지적한 건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전세 사기 범죄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다는 방증(傍證)이다.

현행 전세 사기는 「형법」 제347조(사기) 제1항에서 규정하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와 제2항의 “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 항의 형과 같다.”라는 규정을 적용하고 있고, 피해자가 여럿인 경우도 「형법」 제37조(경합범)의 전단의 규정에 의거한 경합범 가중으로 50%까지만 가중 처벌된다. 결국 아무리 피해 규모가 크고 죄질이 나빠도 기본형량의 50%까지만 가중할 수밖에 없기에 징역 15년이 넘는 형량은 불가능한 구조다. 주택 2,708채를 가진 남 모 씨의 경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4명이나 숨을 거뒀지만, 더 엄한 판결은 나올 수 없었다. 남 모 씨가 국가에서 해결할 문제라며 변명으로 일관하는 등 범행 동기나 수법, 태도도 불량했던 점을 감안 한다면, 이러한 처벌은 너무 가볍다는 게 전반적인 사회적인 공감대다.

이른바 인천 전세 사기 사건은 2021년 3월부터 이듬해까지 이른바 ‘건축왕’으로 불린 남 모 씨가 공인중개사 등과 짜고 조직적으로 563명의 임차인을 속여 453억 원대 보증금을 가로챈 사건이다. 이번 재판은 이들 중 191명의 피해자가 입은 148억 원 사기 사건에 대한 판결이며 나머지 305억 원대 재판은 진행 중이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사회 초년생이나 노인 등 모두가 취약계층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어렵게 마련한 피 같은 돈을 날린 피해자 4명은 극단적 선택까지 했지만 남 모 씨는 죄책감은커녕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라”며 가증스럽게도 ‘유체 이탈 화법(자신이나 자신도 관련된 얘기를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남 얘기하듯 하는 말하기 방식)’을 구사했다고 한다. 부산의 피고인 최 모 씨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로 자금을 돌리며 무리한 임대 사업을 벌여오다 전세 사기 사건이 터지자 세입자들에게 본인을 위해 ‘탄원서’를 써주면 전세금을 우선 변제 해 주겠다고 회유해 피해자들의 분노를 키우기도 했는데 피해자가 229명, 피해액은 18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온 나라를 뒤흔든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악랄한 범죄자들이건만 현 사법 체계 최고형량은 쥐어짜도 15년형 선고가 전부라니 정의로운 사회라고 하기에는 통탄의 여지가 많다.

이렇게 가벼운 형사처벌만으로는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줄 수는 결단코 없다. 당장 경매가 낙찰되면 보증금 한 푼 못 받고 거리에 나앉을 판이다. 또한 피해 규모가 큰 전세사기 사건이라도 피의자를 가중처벌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개별 피해 금액이 5억 원을 넘지 않아 가중 처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등 대책을 쏟아냈지만, 피해자들에게 와닿은 건 아직까진 아무것도 없다. 지난해 4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10개월 동안 법안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소지별로 경매 물건이 빨갛게 표시된 ‘법원 경매정보’지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지만, 그것도 피해자들에겐 외려 상처만 키울 뿐이다. 평생 모은 돈에 대출까지 받아 집을 구했다. 근저당권 설정이 마음에 걸렸지만, 중개업소에서는 ‘주인이 집을 여러 채 갖고 있어서 1억 원도 안 되는 보증금을 돌려주는 데는 아무 문제는 없다.’라고 해서 이를 믿었다가 졸지에 사기를 당한 것이다. 사기 일당은 토지매입이나 건설 비용은 금융권에서 조달하고, 피해자들에겐 근저당권이 걸린 집을 싸게 임대하는 수법을 썼다. 그래놓고는 빚을 안 갚아 집을 경매에 넘겨버렸다.

전세 사기는 ‘경제적 살인’이나 다를 바 없다. 단순히 전세보증금만 빼앗는 게 아니라 사회 초년생과 청년들의 삶은 물론 미래까지 송두리째 박탈하고 있어서다. 이들에게 보증금은 전 재산이자 생의 모든 것이었다. 오기두 판사가 밝힌 대로 전세 사기는 ‘인간 생존의 기본 조건인 주거 안정을 파괴하고 사회 공동체의 신뢰를 처참하게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다. 고의성이 짙고, 반성하거나 용서조차 구하지 않는 전세 사기 주범과 공범은 ‘범죄단체조직 혐의’도 적용할 만하다는 게 사회 전반의 중론이다. 세입자 눈물에 비례하는 엄중한 처벌로 사법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국회 논의와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게 시급하다. 오늘도 피해자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정부도, 국회도 보증금 회수 방안을 담은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더 신속히 답해야 한다. 늘 한두 발 늦는 대책으로 이들이 살아갈 의지마저 꺾이고 일어설 힘마저 잃게 하는 치둔(癡鈍)의 우(愚)는 더는 지속되어서는 결단코 안 된다.

‘어떤 양형 이유’와 ‘법정의 얼굴들’이란 책을 쓴 작가이기도 한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박주영 판사는 피해자들에게 재판장으로서, 세상에 책임을 져야 하는 기성세대로서 ‘피해자 여러분께 드리는 당부의 말씀’이 있다며, “여러분은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지극히 평범하고 아름다운 청년들입니다. 한 개인의 욕망과 그 탐욕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한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이 여러분과 같은 선량한 피해자를 만든 것이지, 결코 여러분이 무언가 부족해서 이런 피해를 당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 주십시오. (중략)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나날이겠지만, 빛과 어둠이 교차하듯 이 암흑 같은 시절도 다 지나갈 것입니다. 이 사건이 남긴 상처가 아무리 크다 해도, 여러분의 마음가짐과 의지에 따라서는, 이 시련이 여러분의 인생을 더욱더 빛나고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부디, 마음과 몸을 잘 챙기시고, 스스로를 아끼고 또 아껴서,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복귀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라고 말했다. 가슴의 공명이 있고 영혼의 울림이 있는 박주영 판사의 제언처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더는 자신을 원망하거나 자책하지 않도록 ‘개인의 탐욕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속히 서둘러 만들어 추가 피해를 막는 게 이 시대의 숨결을 함께 호흡하는 우리들의 과제가 아닌가 무겁게 생각한다.

박근종 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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