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 119특수대응단 화학구조대 ‘KCC 전주2공장’ 유해화학물질 안전 컨설팅 실시 모습 |
지난 5년간 400건 이상의 화학사고가 발생했지만, 정작 환경부는 단 한 번도 '화학사고 영향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민 안전과 환경 보호를 책임지는 주요 정부 부처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총 403건의 화학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14명이 사망하고, 271명이 부상을 입는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사고 유형별로 보면, 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318건으로 전체의 약 79%를 차지했으며, 그 외에도 화재 38건, 폭발 22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처럼 빈번하게 발생하는 화학사고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단 한 번도 사고 영향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화학사고의 심각성
화학사고는 단순한 산업재해를 넘어 환경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화학물질이 유출되거나 폭발할 경우 그 피해는 현장 내에서 끝나지 않고, 인근 지역으로 확산될 위험이 크다. 공기 중으로 퍼지는 유해 물질은 인근 주민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토양과 수질 오염으로 이어져 장기적인 환경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화학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이후의 영향 조사는 매우 중요한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환경부가 이를 외면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영향조사 미실시,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환경부가 사고 영향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은 없었지만, 이는 정부의 대응 체계가 허술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사고 조사와 대응은 단순히 사고 원인을 밝히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발생한 지역의 환경적, 건강적 영향을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후속 조치를 마련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번 자료는 그러한 기본적인 절차조차 지켜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환경부는 화학물질 관리와 관련된 주요 기관으로서, 화학사고 발생 시 그 영향과 피해 범위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적인 역할이다. 하지만 이번 통계는 정부의 화학물질 관리가 얼마나 부실하게 이루어졌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화학사고는 그 특성상 피해가 넓게 퍼질 수 있기 때문에, 사고 이후 철저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고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피해가 어디까지 미쳤는지 알 수 없으며, 재발 방지 대책 또한 제대로 세워질 수 없다.
화학물질 유출 사고의 압도적 비율
전체 사고의 79%에 달하는 화학물질 유출 사고는 특히 심각하다. 화학물질 유출은 즉각적인 환경 오염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유해 물질이 하천, 토양, 대기 중으로 퍼질 경우 인근 생태계와 주민들은 오랜 기간 동안 그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 특히 이런 사고는 현장에서의 조속한 대처뿐만 아니라, 사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복구 작업이 요구된다. 그러나 환경부의 사고 영향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이런 후속 조치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부의 대책 강화 필요
화학사고 예방과 대응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사고 이후의 영향조사를 법적 의무로 명확히 규정하고, 사고가 발생할 경우 즉각적으로 조사에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해 피해 범위를 정확히 파악하고, 복구 계획을 수립하며,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기업들도 책임을 지고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번 통계에서 확인된 사고 원인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화학물질 유출은 대부분 안전 관리 부주의로 발생한다. 기업들은 안전기준을 엄격하게 준수하고, 사고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반복되는 사고, 더 이상은 안 된다
403건의 화학사고 중 단 한 번도 영향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환경부의 태도는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환경을 얼마나 소홀히 다루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원인을 규명하고, 사고로 인한 피해를 파악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당연한 역할이다. 환경부는 이번 통계를 반면교사 삼아,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더욱 철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현남 대기자 safe@119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