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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위원회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권고

기사승인 2017.10.23  11: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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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현장 너머에 뭉게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가 확정된 20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5·6호기 공사현장 저 너머에 뭉게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20일 “신고리 5·6호기는 건설을 재개(4차 최종 조사 59.5%)하고, 탈원전 정책은 지속 추진(53.2%)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20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권고에 따라 공사 재개 절차를 밟되 원전 축소 정책 이행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결정에 따라 대통령 공약 이행에는 실패했지만 원전 축소여론이 우세하게 나온 만큼 ‘탈원전’ 정책 이행에 차질이 없을 것을 분명히 했다.

그 입장은 어떠할까? 이낙연 국무총리는 고위 당정청 회의 모두발언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재개하되 원전 비중을 지속 축소하란 권고안을 접수했다”면서 “공사재개뿐만 아니라 원전 축소, 원전 안전기준 강화, 신재생 에너지 비중 확대, 사용 후 핵연료 해결방안을 빨리 마련하라는 권고도 충분히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정부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공사는 진행하되 정책 방향은 원전축소, 에너지 전환으로 가라는 게 공론화위의 권고”라면서 “대선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하지만, 이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공론화위가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이어가되 탈원전 정책을 계속하라는 의미있는 권고를 했다”면서 “원전의 안전을 강화하고 신재생 에너지 산업을 혁신성장의 새로운 축으로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론은 절묘했다. 일단 갈등의 뇌관이던 신고리 5·6호기의 불확실성은 해소됐다. 청와대에는 신고리 5·6호 건설 중단 결정과 이후 갈등을 해소할 탈원전 ‘출구’를 만들어줬고,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을 촉진할 명분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6월 27일 국무회의 결정)에서 건설재개 결정(10월 20일 공론화위원회 권고)까지 113일간 우리 사회는 갈등했고 반목했다. 그럼에도 ‘공론화 3개월’은 우리 사회가 사회갈등 해결을 위해 다양한 의견교환과 심층적인 토론의 숙의 민주주의라는 성과를 얻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날 공론화위원회가 발표한 조사보고서는 총 170 페이지다. 지난 7월 24일부터 3개월간 공론화 숙의과정 결과를 담은 권고안이 빼곡히 담겨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숙의 과정이 진행될수록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의견이 많아졌다. 20~30대 젊은 층들의 생각이 달라졌다. 4차 최종조사에선 건설재개와 중단이 19% 포인트 차로 벌어졌다. 당초 찬반 격차가 초박빙일 것이라는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앞서 1차 조사(2만 6명)때는 건설재개 36.6%, 건설중단 27.6%, 판단유보 35.8%였다. 재개와 중단이 9.0% 포인트 차이였다. 남녀 비율(66.3%, 52.7%)은 비슷했다. 건설재개는 40대가 45.3%로 가장 낮았다. 20~30대 젊은 층보다 50~60대 이상이 최대 25% 포인트 많았다. 지역별로 호남지역은 건설중단(54.9%)을, 영남지역은 건설재개(68.7%)를 더 많이 지지한 게 특징이다.

눈에 띄는 여론의 변화는 시민참여단 대상의 3차 조사 때부터다. 공론화위원회 측은 “3차 조사에서는 1차 조사에 비해 판단유보가 11.2% 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건설재개가 8.1%포인트, 건설중단이 3.1% 포인트 증가했다. 그 결과 재개와 중단의 차이는 14.0% 포인트로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연령대별로도 20~30대의 경우 ‘공사 재개’ 의견 증가율이 더 컸다.

여기서 또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원전 발전정책에 대한 선호입장 변화다. 4차 조사 결과 원전축소 53.2%, 유지 35.5%, 확대가 9.7%인데, 건설재개 집단에서 원전확대를 선호한 비중은 16.3%에 불과했다. 반면 원전유지 50.7%, 원전축소가 32.2%에 달했다. 이는 신고리 5·6호기 공사는 재개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원전을 더 이상 확대하는 것에는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공사재개 결정은 역설적이지만 답보 상태였던 신재생 에너지정책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신고리 5·6호기는 계획대로 2023년 초 완공(운전수명 60년)하되, 신규 원전(6기) 중단 및 노후 원전(10기) 폐쇄(수명연장 금지)에는 명분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가장 민감하게 여론을 자극하는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한 부담도 덜게 된 셈이다. 다만 원전이 특정지역에 여러 개가 밀집된 상황에서 더 높은 안전대책을 찾아야하는 것은 정부의 숙제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와 별개로 탈원전 정책기조는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에 이어 원전 찬반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은 다분하다.

우선 신규 원전 6기 건설은 백지화한다. 울진 신한울원전 3·4호기와 영덕 천지원전 1·2호기, 삼척 또는 영덕 예정인 원전 2기(대진원전 1·2호기 또는 천지원전 3·4호기)가 그것이다.

현재 신한울 원전 3·4호기는 시공 관련 설계용역이 일시 중단됐고, 천지 1·2호기는 부지매입 절차가 중단된 상황이다. 두 곳의 원전 4기 건설에 현재까지 3400억 원 정도 투입됐다. 신한울 원전 3·4호기는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

또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끝나는 노후 원전 10기는 폐쇄할 방침을 세웠다. 고리 2호기(2023년), 고리 3호기(2024년), 고리 5호기(2025년) 등이 폐쇄 대상이다. 수명이 연장(2022년 11월)된 월성 1호기는 조기 폐쇄할 방침이다. 설계수명 종료시점이 문재인 정부 이후의 사안이어서 또 다른 탈원전 갈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원전 수출에도 청신호다. 당초 급격한 탈원전이 한국형 원전의 수출 시장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었다. 최근 유럽연합(EU)의 인증을 획득한 한국형 원전(APR1400)의 수출 명분을 다시 갖게 된 셈이다.

신고리 5·6호기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APR1400 모델이다. 현재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은 영국, 체코,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원전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영국은 2035년까지 최대 3GWe(원전 3기 설비용량)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체코는 2035년까지 보통 1기 용량인 1GWe 원전을,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년까지 22조 원 규모의 2.8GWe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20조 원 규모의 무어사이드 원전건설을 추진 중인데, 이곳 원전 후보모델 중에 하나가 APR 1400이다. 한전이 이 프로젝트 주관사인 뉴젠의 최대 주주인 일본 원전기업 도시바 지분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편 신고리 원전 5·6호기에 대한 ‘공사 재개’ 권고안이 20일 오전 발표되면서 건설업계에는 안도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업계에는 전반적으로 ‘한고비 넘겼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일각에서는 정부의 원전축소 방침에 따른 정책변화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크다.

신고리 5·6호기는 지난 6월 2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3개월간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공사재개, 혹은 중단여부를 공론조사를 통해 결정하기로 의결되면서 갑작스럽게 공사가 중단됐었다.

이날 신고리 공론화위원회가 공사재개를 결정했지만 100여 일간 현장이 멈춰있던 만큼 곧바로 재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공사중단에 따른 보상금 산정 및 협의와 함께 공기가 연장됨에 따른 계약변경, 공사가 중단된 현장점검 등 여러 관련 절차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신고리 5·6호기 시공은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 한화건설이 맡고 있다. 해당공사 규모는 1조 1,775억 원으로 주관사인 삼성물산 지분이 51%이며, 두산중공업과 한화건설이 각각 39%, 1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주변 부대설비 공사에는 SK건설을 비롯해 크고 작은 건설사와 협력사들까지 수 백 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지난 6월 정부가 공사 일시 중단을 발표할 당시 종합 공정률은 28.8%, 시공률은 10.4%였으며 1조 6,000억 원 가량이 들어간 것으로 추산된다. 또 원전현장이 일시 중단되면서 발생한 피해규모는 1000억 원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의 한 시공사 관계자는 “공사가 재개되는 쪽으로 표결이 나온 것은 다행이지만, 아직 정부에서 확정된 발표가 나지 않아 조심스럽다”며 “공사가 재개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여론이 또 부정적으로 바뀌지는 않을지, 과연 공사가 100% 다시 재개될 수 있을지 등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원전은 전문분야라 이와 관련한 전문인력들에게는 갑자기 일터가 사라지는 셈인데 정부의 일자 정책과 반하는 것 아니냐”며 “그동안 축적한 원전기술과 전문인력 손실 등 원전산업과 관련한 손실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외신의 방향은 어떠할까? 원자력발전 정책을 놓고 논쟁이 이어지는 일본의 언론들은 20일 공론화위원회의 조사결과를 주요 뉴스로 다루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도쿄신문은 1면에 실은 ‘한국 원전 건설재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고 소개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민주당 정권이 탈원전 정책을 결정할 때 사용한 ‘토론형 여론조사’를 한국 정부가 신고리 공사재개 여부 결정수단으로 채택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제로’ 방침을 채택했으나 아베 신조 정부 출범 이후 재가동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로이터 통신은 공론화위의 발표를 전하며 “원전건설 유예는 문 대통령이 내건 핵심공약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 통신은 공론화위의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청와대의 입장도 전했다.

블룸버그뉴스는 “문 대통령이 원전 두 기의 건설을 중단한다는 자신의 정책을 뒤집었다”며 “대선공약을 실행할 능력이 있는지 새로운 의구심이 드리웠다”고 전했다. 또 사드 배치를 놓고도 입장을 바꾼 바 있다며 “잠재적으로는 야당이 우세한 의회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혁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그의 능력을 손상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AFP통신은 문 대통령이 취임 뒤 반발이 일자 공약에서 후퇴했으며, 여론수렴과 권고안 마련을 위한 독립위원회 설치를 지시했다며 이번 조사의 맥락을 함께 소개했다.

김종우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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