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중 시설물인 통신선·상하수관·전력선 등을 한눈에 파악하고자 통합지도를 만들고 있지만 각 관할 기관의 매설 정보가 실제와 다른 것이 많아 자칫 수백억 가량의 예산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싱크홀과 통신구 화재, 열수송관 파열 등 지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며 대책으로 지하 시설물에 대한 통합지도를 마련코자 했으나, 각 시설물의 정보를 갖고있는 기관이 다르고 오류도 많아 이를 잘못 이용하면 오히려 더 큰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윤관석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하시설물의 종류별 매설 데이터의 오류율은 18~32% 수준이었다.
국토부는 앞서 지난 2015년 지하 공간 통합지도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한국전력, KT, 지역난방공사 등으로부터 전력선과 통신선, 열수송관 등의 매설 데이터를 받아 3D 입체 통합지도를 만들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발견된 실제와 다른 잘못된 정보가 전체 중 3분의 1에 달한다는 것이다.
오류율은 전력선이 가장 31.7%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하수도관이 27%, 광역 상수도관 26.9%, 통신선 25.4%, 상수도관 21.2%, 열수송관 20%, 가스관 17.8% 순으로 나타났다.
주요 오류 유형은 기준 깊이 범위에 묻혀있지 않거나 아예 심도(깊이)값이 없는 경우, 지하시설물이 건물과 중첩되어 표시되거나 양방향 도로 경계석 사이에 묻혀야 할 지하시설물이 나대지 등 잘못된 곳에 매립된 경우 등이다.
특히 한전이 제공한 전력선의 심도 오류 비율은 61.9%로, 절반 이상이 잘못된 정보였다. 통신선과 열수송관의 깊이가 비정상인 사례도 각각 40.1%, 28.4%에 달했다.
이처럼 상당한 양의 오류가 확인되자 국토부는 한전과 KT, 지역난방공사 등에 오류 수정을 요구했지만 이를 강제할 법·제도적 권한이 없기 때문에 각 데이터의 관리주체가 데이터의 수정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거의 2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지도의 전선·통신선 등 매설 정보가 엉터리라면 예산 낭비 사례일 뿐 아니라 오히려 혼란만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토부에 자료 요구권, 자료 수정 요구권 등을 부여해 데이터의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권 기자 safe@119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