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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숨은 알아서 하라고요?···” 손님 안전은 ‘무관심’

기사승인 2019.03.05  11: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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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일 이 건물에서 불이 나면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수원시 매산동 골든프라자 화재사고.

국내 다중이용업소에서 발생하는 화재사고는 매년 600건 정도로 집계된다. 다중이용업소 화재는 대부분 전기적·기계적 원인과 부주의가 원인으로, 가연성물질로 인해 급격한 연소가 진행된다. 그동안 대형사고 사례에서 나타났듯 인명피해를 키우는 주범은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되는 안전무시관행이다. ‘돈 안되는 짓’은 하지 않는 업체들은 설마하는 안전불감증으로 오늘도 안전을 등한시하고 있다. 언제나 그래왔듯 화재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발생한다.

전혀 안전하지 않은 ‘엉터리 건물’

지난 11월 30일에도 경기도 수원의 한 대형 상가건물에서 큰 불이 나 10대 여성 1명이 의식불명에 빠지는 등 67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 당시 화재경보기는 작동하지 않도록 수신반이 조작된 상태였고, 스프링클러도 소화수가 나오지 않는 상태로 장시간 방치돼 무용지물이었다. 지하 1층과 지하 2층을 잇는 내부통로 벽면에는 가연성 내장재인 폼 블록이 사용돼 화마를 키웠고, 지하 2층 방화문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는 커졌다.

위험한 건물에서 스릴 있는 ‘술 한 잔’

지난해 12월 15일 토요일 오후 8시 인천광역시 부평 테마의 거리, 수능이 끝난 수험생들과 기말고사를 마친 대학생들 그리고 연말을 맞아 약속에 나온 사람들이 거리에 북적였다. 거리만큼이나 음식점과 주점, 카페 등 가게 안 상황도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

부평구 뉴월드프라자_실질적으로 피난계단으로 역할을 하는 중앙계단 1층의 출입구는 문 없이 뚫려있다.

숨겨진 비상계단 대신 중앙계단으로 피난···

이날 기자가 발걸음한 곳은 지하 3층부터 시작해 지상 11층까지 음식점, 주점, 노래방, 오락시설 등 다양한 시설이 모여 있는 부평 테마의 거리에 위치한 14층짜리 상가건물 뉴월드프라자. 중앙계단 1층에 들어서자 비상구 유도등 밑 방화문 자리로 보이는 곳에 문이 뜯겨나간 흔적이 눈에 띄었다. 혹, 방화문을 떼어 낸 흔적이 있는 중앙계단은 피난계단으로 사용되는 걸까? 건물관리자는 중앙계단 외 피난계단의 존재를 몰랐다. 그러나 건물의 소방안전관리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건물의 좌측에 피난계단이 따로 있다”고 설명했다. 건물의 뒤편으로 걸음을 옮기니 외부로 난 작은 문이 하나 보였다. 비상계단과 지상으로 연결된 출구였다. 소방안전관리자는 “노숙자 등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평상시에는 (비상계단 문을) 잠가 놓는다”고 말했다. 아무도 모르는 은밀한 비상계단 한편, 1층에 위치한 음식점을 통해 확인한 피난계단 입구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또 피난유도도 없어 피난계단을 이용할 수 없도록 돼 있었다. 협조를 구해 들어간 피난계단은 발 딛기 힘들 정도로 많은 물건들이 적치돼있는 모습이었다. 실제 해당 건물의 비상계단은 대부분의 층에서 창고로 쓰고 있었다. 소방전 앞에는 음료수 박스가 몇 단으로 쌓여 있었고, 계단에는 각종 공구들과 음식물, 쓰레기 더미가 놓여있었다. 이동을 위한 공간으로써의 기능은 잃고 창고로 사용되는 피난계단은 건물관리자 조차 존재를 몰랐다. 건물에 입점한 가게들도 이 공간이 화재 등 비상 시 피난통로로 이용되는지 알지 못했다. 화재가 발생하면 어디로 피해야 하냐는 질문에 한 가게 관계자는 중앙계단을 가리키며 “이 쪽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실로 피난구 유도등은 중앙계단을 향해 설치돼 있는 모습.

중앙계단은 화재 시 피난통로로 충분히 제기능을 할 수 있을까? 현행법상 연면적 1천m2 이상의 건축물에는 건물 내부에서 계단실로 통하는 출입구에 갑종방화문을 설치해야 하며, 문은 항상 닫힌 상태로 유지돼야 한다. 화재 시 화염과 연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고 대피로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하 3층부터 시작되는 이 건물의 중앙계단은 갑종방화문 설치가 제대로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층에서 문은 자동폐쇄가 되지 않는 문을 사용했고, 자동폐쇄 기능이 있는 문을 설치한 업소는 영업시간 손님들의 통행의 편의와 미관을 위해 소화기나 박스로 문을 고정시켜 놓았다. 자동폐쇄가 되지 않는 문은 제대로 닫혀 있지도 않았다.

비상계단에 들어서자 식재료를 비롯한 각종 물건들이 나타났다.

불나면 큰일 날 ‘14층짜리 건물’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방화문을 완전히 뜯어낸 1층 계단 출입구에 있다. 이 건물 지하 1층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14층 건물의 재실자들은 어떻게 피난을 할 수 있을까? 지하실의 피난자들은 비상계단으로 표시돼 있는 출입구를 겸하는 중앙계단으로 대피할 수 있지만, 문제는 지상층의 피난자들이다. 지하 1층에서 불이 난다면 업소 출입구로 이용되는 중앙계단은 화염과 유독가스의 이동경로가 되기 때문에 지상층의 피난자들은 중앙계단으로 이동했다가는 큰 봉변을 당할 수 있다. 또 급하게 탈출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도 화재 시에는 매우 위험한 방법이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피난할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실제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례에서 전기가 끊겨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 했던 6명은 꼼짝없이 화재의 희생자가 됐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쓰여진 실제 비상계단에는 비상구 유도조차 없다. 이 비상계단을 이용해도 쓰레기들과 각종 공구 등이 통행을 막고 있어 문제가 되고, 지상으로 난 출구는 잠겨있다. 꼼짝없이 화재의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비상계단에 쌓인 적치물들.

소방시설 관리 실태와 안전무시관행

남동구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같은 날 오후 9시 반 구월동 로데오거리의 한 상가. 5층짜리 건물에 방화문이 닫혀 있는 층은 하나도 없었다. 건물에는 방화문 개방 금지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방화문은 모두 소화기, 벽돌 등으로 열린 채 고정돼 있었다. 상가의 관리인은 "사람들이 2~3층 높이는 비상계단으로 많이 이동하기 때문에 문을 아예 열어 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취재결과, 해당 상가뿐만 아니라 연수구, 부평구, 남동구, 남구 등 인천 지역 대부분 상가와 아파트의 방화문이 열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층에 위치한 한 업소의 '관계자 외 출입금지' 표지가 붙은 문을 통해 들어선 비상계단 입구.

비용과 맞바꾼 고객의 안전

전문가들은 화재 감지 시 자동으로 닫히는 방식의 방화문 설치 확대와 함께 사용자의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 시 자동으로 닫히는 방식의 방화문은 설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건축주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며 "사람의 통행이 잦은 곳에는 이 방식의 방화문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방화문 부실 문제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8월에 발생한 인천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 사고 역시 방화문을 일반 유리문으로 바꿔 설치하면서 피해를 키운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그 다음 달인 9월에는 인천 지역 670개의 건물에서 1만 5천개 가량의 방화문을 법정 기준에 못 미치게 시공한 업자 100여명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뉴월드프라자_어둠 속 물건들로 막힌 비상계단의 모습. 쌓인 물건들로 인해 더 이상 올라가는 것은 어려웠다.

‘건조물 방화죄의 방조죄 예비범’으로 인식돼야

소방시설에 대한 안일한 관리는 항상 대형 참사로 이어져왔다. 그리고 매번 반복되는 “안전관리 부실로 인한 인재였다”는 이야기.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드는 다중이용시설의 소방안전 실태는 여전히 진일보하지 못하고 있다. 2018년에도 국내 업소들의 서비스 정신은 고객의 안전이라는 기본조차 챙기지 못하는 후진국형이다.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는 모두의 안전은 어느 누가 책임져야 할까. 소방당국은 주기적으로 소방시설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모든 시설을 매번 직접 점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또 실제로 소방점검 3회 이상 위반에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있을 뿐, 벌금형이나 징역형 등 무관용의 원칙에 따른 엄중한 조치는 사실상 내려지지 않는다. 소방시설 보완명령을 받으면 상당수의 업주들은 눈 가리기식으로 대응하기 때문. 이들은 바람이 지나면 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수년을 거듭했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48조 제1항은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이 소방시설을 유지ㆍ관리할 때 소방시설의 기능과 성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폐쇄(잠금 포함)ㆍ차단 등의 행위를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동법 제49조 제4호는 소방시설 등에 대한 자체점검을 하지 않거나 관리업자 등으로 하여금 정기적으로 점검하게 하지 않은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방시설의 관리를 등한시하는 행태는 유사시 생명을 위태롭게 만드는 문제라는 측면에서 건조물 방화죄의 방조죄 예비범에 준한다는 생각으로 관련 법문에 따라 엄중조치해야 마땅하다.

가장 견고한 안전혁신은 국민으로부터

한편, 본인의 안전을 남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설 이용객도 먼저 본인의 안전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소방시설을 확인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빈번히 발생하는 화재 등 사건사고로 안전에 대한 대국민적 관심이 많아지고 안전에 민감해졌다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도 대형건물 또는 지하장소에 출입할 때나 회식자리에 참석할 때 소방시설을 확인하는 시민들이 점차 늘고 있다.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서는 안전에 대한 시민의식이 안전문화로 정착될 때, 더 이상 영업이익만 생각하는 업체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 업체들의 ‘돈이 되는 서비스’ 그리고 ‘안전무시관행’.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그들의 안전불감증은 국민의 안전을 시도 때도 없이 위협하고 있다.


'과태료'는 행정법규 등 형벌의 성질을 갖지 않는 법령위반에 대해 경찰서, 시·군 등이 부과하는 금전적 징계를 말한다.

'벌금'은 정식 재판을 거쳐 일정 금액을 국가에 납부하도록 하는 형사처분으로 기간 내에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을 시, 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으며 전과 기록에도 남게되는 처벌이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 약칭: 소방시설법 )
[시행 2018. 9. 3.] [법률 제15419호, 2018. 3. 2., 일부개정]
제50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4. 1. 7., 2016. 1. 27.>
1. 제4조제1항에 따른 소방특별조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ㆍ방해 또는 기피한

5. 제20조제2항을 위반하여 소방안전관리자 또는 소방안전관리보조자를 선임하지 아니한 자
5의2. 제21조를 위반하여 공동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하지 아니한 자
6. 제20조제8항을 위반하여 소방시설ㆍ피난시설ㆍ방화시설 및 방화구획 등이 법령
에 위반된 것을 발견하였음에도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을 요구하지 아니한 소방안전관리자

7. 제20조제9항을 위반하여 소방안전관리자에게 불이익한 처우를 한 관계인
8. 제33조의3제1항을 위반하여 점검기록표를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해당 특정소방대상물에 부착하지 아니한 자

제53조(과태료) 1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신설 2016. 1. 27.>
1. 제9조제1항 전단의 화재안전기준을 위반하여 소방시설을 설치 또는 유지ㆍ관리한 자
2. 제10조제1항을 위반하여 피난시설, 방화구획 또는 방화시설의 폐쇄ㆍ훼손ㆍ변경 등의 행위를 한 자
2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개정 2014. 1. 7., 2014. 12. 30., 2016. 1. 27.>
3. 제20조제4항, 제31조 또는 제32조제3항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아니한 자 또는 거짓으로 신고한 자
5. 제20조제1항을 위반하여 소방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지 아니한 자
6. 제20조제6항에 따른 소방안전관리 업무를 하지 아니한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 또는 소방안전관리대상물의 소방안전관리자
7. 제20조제7항을 위반하여 지도와 감독을 하지 아니한 자
7의2. 제21조의2제3항을 위반하여 피난유도 안내정보를 제공하지 아니한 자
8. 제22조제1항을 위반하여 소방훈련 및 교육을 하지 아니한 자
9. 제24조제1항을 위반하여 소방안전관리 업무를 하지 아니한 자
10. 제25조제2항을 위반하여 소방시설등의 점검결과를 보고하지 아니한 자 또는 거짓으로 보고한 자

제52조(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48조부터 제51조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科)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전문개정 2008. 12. 26.]

제9조(특정소방대상물에 설치하는 소방시설의 유지ㆍ관리 등)
3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은 제1항에 따라 소방시설을 유지ㆍ관리할 때 소방시설의 기능과 성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폐쇄(잠금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ㆍ차단 등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소방시설의 점검ㆍ정비를 위한 폐쇄ㆍ차단은 할 수 있다.

제48조(벌칙) 1 제9조제3항 본문을 위반하여 소방시설에 폐쇄ㆍ차단 등의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4. 1. 7., 2016. 1. 27.>
2 제1항의 죄를 범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49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4. 12. 30., 2015. 7. 24., 2017. 12. 26.>
4. 제25조제1항을 위반하여 소방시설등에 대한 자체점검을 하지 아니하거나 관리업자 등으로 하여금 정기적으로 점검하게 하지 아니한 자

김승용 기자 safe@119news.net

<저작권자 © 주식회사 한국안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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