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놀이터의 바닥재로 사용되는 고무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을 포함한 '다환방향족탄화수소'(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 PAHs)가 다량 검출됐다.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권정환 교수팀은 서울 시내 어린이 놀이터 15곳 중 고무바닥을 설치한 놀이터 10곳과 모래 바닥으로 이루어진 놀이터 5곳의 지표 토양과 먼지를 수집해 PAHs의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고무바닥의 놀이터 샘플에서 모래바닥 놀이터보다 약 4.3배 높은 PAHs가 검출됐다.
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분자량이 적으면 자연환경에서 분해되지만 벤젠고리 수가 증가해 분자량이 커지면 먼지 등에 흡착돼 오래 남아있게 된다. 이처럼 PAHs가 분해되지 않고 남아있으면 인체에 유입될 우려도 커진다.
권 교수팀은 고무바닥 놀이터 샘플에서 평균 18.1㎍/g, 모래 놀이터 샘플에서 4.18㎍/g(2.82∼6.46)의 PAHs가 검출됐다며, 이는 고무바닥 놀이터의 토양과 먼지가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를 더 잘 흡수할 수 있는 화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러한 수치가 놀이터 표층의 토양과 먼지가 호흡기나 신체로 들어갈 때 여기에 포함된 PAHs가 모두 체내로 흡수된다는 최악의 조건을 가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권정환 교수는 "이 연구는 단순히 위해성만을 평가한 것"이라며 "실제 두 놀이터 간 발암 위험성을 보다 정교하게 분석하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교실 교수는 "놀이터에서 검출된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의 유해성이 이 정도로 추정된다면 당연히 고무바닥을 걷어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모래의 경우에도 중금속 오염도 등 측면에서는 또 다른 유해성이 있을 수도 있는 만큼 여러 가지 위해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지구화학과 건강'(Environmental Geochemistry and Health)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김재호 기자 safe@119news.net